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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소설의 첫 문장들

글쓰기공부

by 영어산책러 2018. 1. 3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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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였다.

그때 나는 앞길이 구만 리 같은 젊은이였지만, 어쩐지 이제부터는 미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위태위태한 삶을 살고 싶었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본 다음, 거기에 이르렀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었다.

- 달의 궁전 by 폴 오스터 

 

 

폴 오스터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의 궁전 :-)

우연에 의한, 우연에 의한, 연속이 반복되어 어디까지 가는거야

싶은 느낌의 소설이다

특히 사촌이 물려준 책을 쌓아두고 가구를 만들었던 것.
다 읽은 책을 팔러가는 것.

쪽창에 보이는 중국식당의 네온사인. 상점명은 달의 궁전.

포츈쿠키의 점괘 속 문장

태양은 과거고 세상은 현재이며 달은 미래다.

행운은 항상 절실히 바랄 때는 없고 더 이상 희망은 없으리라 생각될 때쯤 다시 찾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센트럴 파크에서 펼쳐지는 가난해서 생긴 모험 등

흥미 진진한 요소가 가득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역시나 첫 문장. 
이 소설을 통해 우주인의 달 착륙이 가짜일 수도 있겠군이라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고...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 설국  by 가와바타 야스나리 

 

 달의 궁전이 시공간이라면, 설국은 계절감이다.

 단 두줄의 문장으로 눈이 엄청나게 쌓인 계절로 안내된 느낌이다.

 이 소설은 아빠가 소개해주신 것으로 기억되는데 (바른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속에 떠오르는 장면은, 굉장한 첫 문장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라고 알려주셨던 아빠의 모습인데

(아빠는 이 책을 어떻게 아신거지?)

알려주실 당시에는 첫 문장만 알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 뒤늦게 읽었던 것 같다.

첫 문장의 강렬함에 비해 전체 줄거리는 잊혀질 정도로 아스라한 느낌이지만, (기억이 올바르다는 조건으로) 이 소설은

나와 아빠의 문학적인 감성을 연결해준 고마운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내 나이가 아직 어리고, 지금보다 상처를 입기 쉬웠던 시절에 아버지는 나에게 어떤 충고의 말씀을 해 주셨다.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는 말이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네가 누리고 있는 만큼

그렇게 유리한 처지에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위대한 개츠비 by F. 스콧 피츠제럴드

 

작년 한 해 각각 다른 번역본으로 3차례나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

이 첫문장은 20년 전에 발간된 오래된 책 (소장하고 있었던)의 번역을 기준으로 정리한 문장이다.

삶의 지침 비슷하게 마음속에 두고 있는 문장이다. :-)

 

 

 

 

 

 

 

 엘리베이터는 매우 느릿느릿한 속도로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분명히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알 수가 없다. 
지나치게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방향 감각마저 상실하고 만 것이다.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by 무라카미 하루키

 

모호함의 모든 것.

하루키의 많은 소설을 좋아하지만 도입부가 가장 강렬했던 것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 엘리베이터는 조용히 이동한다.

아니, 이동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문이 열리면 그 다음은 과연 어떻게 되는거지?

다음의 장면을 조마조마하며 기다리게 만드는 ... 스릴러 같은 느낌이 압권.

읽는데 꽤 애먹었던 소설이지만, 이 첫장면은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다.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밤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 -오뎅과 군 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등을 팔고 있고, 얼어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드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軍用)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 주고 있는 그러한 선술집에서,

그날 밤, 우리 세 사람은 우연히 만났다.
- 서울, 1964년 겨울 by 김승옥

 

풍경과 인물 등장의 묘사가 꽤 화려하다. 
김승옥님의 소설의 특히 단편소설의 밀도가 단단한 느낌이 든다. 
그 시절 서울의 풍경 묘사와 (군참새는 무슨 맛일까?)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 및 감정선등의 이해가 쉽다. 
김승옥님의 단편소설 중 최고라 생각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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